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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추석은 다가오는데…쌀값폭락, 고추작황부진 등으로 농민울상

기사입력 2022.08.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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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형 취재본부장

     

    광복절과 함께 온 말복이 지나니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가을 냄새가 물씬하다. 징글징글한 더위가 물러가고 수확과 풍요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는 기분은 좋지만 농촌의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더위야 참으면 되고 코로나는 스스로 예방하고 백신을 맞으면 되지만 농사일은 뼈 빠지게 고생해 봐야 말짱 헛일이라는 게 지금 농민들의 푸념이다. 치솟는 기름 값과 원자재 가격, 비료대금 등 나가는 돈은 자꾸 오르는 데 유일하게 떨어지는 품목이 쌀값이다.

     

    1년 피땀 흘려 농사지어 봤자 정부에서도, 농협에서도 반가워하지 않는 게 쌀이다. 농협창고마다 묵은쌀들이 수백 가마씩 쌓여 있는데 풍년햅쌀 농사를 지어본들 값을 쳐주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조만간 쌀 수확기를 앞둔 현재 시중 쌀값은 20kg 기준 약 4만3천원 선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3% 떨어진 상황이다. 농협재고도 지난 7월말 기준 41만톤으로 지난해 보다 17만톤 이나 많다고 정부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풍년농사를 지어본들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해 농민들이 벌써부터 울상이다. 급기야 전국농민단체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정도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밥 한 공기 쌀값이 3백원도 되지 않는 지금의 현실이 농민들을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 쌀 뿐 만인가. 고추역시 피땀 흘려 지은 보람만큼 소득을 거둘 수 없다는 게 현실 이다.

     

    파종 때부터 수확기까지 사람 구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막상 일손을 구하면 인건비 걱정에 밤잠 못 이루는 게 현실이다. 혹시나 모를 병해충 예방을 위해 수시로 농약을 치지만 올해처럼 폭염이 지속되면 온갖 병충해가 창궐해 고추수확량이 큰 폭으로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고추 재배농가들에 따르면 올해 고추작황은 폭염과 병충해 확산 등으로 예년에 비해 크게 줄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창 성장기에 고추 바이러스 병해인 ‘토마토반점’과 ‘오이모자이크’ 등으로 곤욕을 치렀는데 수확철인 지금 시들음병과 탄저병, 담배나방피해 등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뭄으로 제때 물 공급을 하지 못하면서 생육상태도 부진한 상황이다.

     

    농업기술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착과된 고추크기는 10.7㎝로 크지만 개수는 지난해보다 4.5개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폭염과 가뭄, 각종 병충해가 만연하면서 고추농사가 자칫 흉년농사로 이어질 우려가 많은 상황이다.

     

    농민들을 울리는 일은 또 있다. 바로 일손부족문제이다. 매년 봄철 파종기와 수확기에 대규모 일손이 필요한데 인력수급을 제때 하지 못해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값싼 외국인근로자들로 일손문제를 해결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갈수록 천정부지로 치솟는 인건비도 이들을 옥죄고 있다.

     

    “한해 농사 지어봐야 인건비와 농자재 값 제하면 남는 게 없어요.”라는 농민들의 말이 지금 가을수확을 앞둔 농촌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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