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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칼럼] 군세(郡勢) 작다고 깔보나!

기사입력 2020.07.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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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승화 주필/편집국장

    상대방을 얕잡아 본다는 우리말 가운데 ‘깔본다’는 말이 있다. 통상 자신보다 힘이 없거나 부족한 상대방을 업신여기는데서 나오는 말로 사용된다.

     

    지금 군위군의 하루하루를 보면 딱 이 지경에 처해 있는 듯하다.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군위를 찾고 있다. 경북도내 시군 단체장은 물론 시도의원들, 각 단체회원들이 줄을 잇는다.

     

    그들의 목적은 한 가지. 군위군을 설득하려는데 부조(扶助)하기 위해 찾는 이들이다. 경북의 가장 큰 기관인 경북도가 군위군에 베이스캠프격인 ‘현장사무소’를 차려놓고 이철우 도지사까지 상주하며 군위군 설득작업에 나서고 있으니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 발걸음의 이유이다.

     

    청년단체, 해병전우회, 의용소방대원 등 대부분 경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네 이웃들이다.

     

    힘깨나 있는 분들은 김영만 군수와 독대해 ‘우짜든동 마음을 푸소’하며 설득작업에 나서고, 단체들은 ‘대구·경북의 백년대계’를 말하며 통합신공항 유치의 당위성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연일 작은 시골마을 군위군을 들쑤시고 있다.

     

    겉보기에는 마치 김영만 군수와 군위군통합신공항유치위원들이 ‘몽니’를 부리고 있는 듯하다. 내용 잘 모르는 이들은 ‘의성군과 같이 하면 되지 뭐 군위 혼자서 다 먹을려고 그러나’라는 말들을 무심코 내뱉는다.

     

    그리고 현장사무소까지 만들어 군위군에서 통합신공항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철우도지사를 보면 정말 경북의 백년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모든 일이 겉보기와 같이 속내도 같을까. 김영만군수가 군위군 혼자 통합신공항 유치 실익을 갖기 위해 저렇게 고집을 피우는 것일까. 이 부분이 바로 앞으로 법정에서 다투게 될 핵심쟁점이 될 것이 틀림이 없다.

     

    김군수를 설득하기위해 찾았던 상당수 인사들이 오히려 설득당해서 돌아간다는 후문이다. “당신 집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겠나”라는 게 상대들을 벙어리로 만들어버리는 김군수의 역질문이라고 한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다. 그 밑바탕에는 법리가 작용해야 한다. 개인사도 그럴 진데 공적인 자산인 자치단체의 일을 선출직 단체장이 개인의 사적감정이나 기분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4년여를 끌어온 통합신공항문제가 수많은 갈등을 거듭하면서 결국 파국의 정점에 이르게 된 것은 ‘첫 단추가 잘못 꿰진’ 때문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분석이다. 바로 군위와 의성의 경계지역을 공동지구로 선정해 후보지로 만든 것이 근본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친형제 간에도 재산문제로 다투는데 하물며 서로 다른 자치단체의 땅을 한 덩어리로 묶어 공항이전후보지로 결정한 것이 갈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군위군은 애초부터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고 ‘군위 우보’ 유치만을 주장했으나 국방부와 경북도 등 관계기관에서 ‘군위·의성’ 접경지역도 공동후보지로 밀어붙였다는 후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난관의 계단을 오르내리다 결국 지난 3일 국방부 선정위원회에서 2개의 이전후보지 가운데 군위 우보를 탈락시킨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그동안 수많은 검토 끝에 이전가능성이 있어 후보지로 선정해놓고 이제 와서 탈락시킨 배경도 군위군으로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다.

     

    결국 ‘의성 비안·군위 소보’라는 선택지 한 장만 놓고 결정하라는 것을 군위군 입장에서 선뜻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것도 군민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소보지역을 군수가 임의대로 신청할 수 없는 법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인다고 일이 해결될 리가 있겠는가. 지금 형국을 보면 마치 군위군을 도와주고 지원해줘야 할 경북도가 마치 군위군을 점령(?)한 듯한 외세의 모습으로 보이기에 충분하다.

     

    겉으로는 ‘설득’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보다는 제3자들에게 당위성을 설명하고, 설득작업을 펼치는 모습이 외압으로 비쳐지는 것은 왜일까.

     

    인구 2만4천여명에 불과한 군위군을 깔보지 않고서는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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