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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정구속 돼 사경 헤매는 군수를 ‘부관참시’하는 군위사람들

기사입력 2020.12.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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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만 군위군민신문 발행인

    무덤을 파고 관을 꺼내어 시체를 베거나 목을 잘라 거리에 내거는 조선시대 형벌이 ‘부관참시(剖棺斬屍)’다.

     

    폭군으로 기록된 연산군 재임당시 정승을 지낸 김종직과 송흠, 한명회, 정여창, 남효온 등 많은 신하들이 부관참시의 형벌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두 번 죽는 셈이다.

     

    이 같은 현대판 부관참시가 지금 군위군에서 벌어지고 있다.

     

    군위군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군수인 김영만 군수가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지난 18일 1차 선고공판에서 7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군수 입장에서 이번 선고는 사실상 정치인으로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재판이었다. 김군수측과 변호인들은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2심 재판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1심 선고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으로서 김군수는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밀림의 제왕 사자가 먹이를 사냥하다 오히려 자신의 몸을 다친 꼴이니 기사회생하기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것이 상당수 여론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군위군에서는 벌써부터 지난 선거당시 김군수와 겨뤘던 장욱 전 군수 등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차기 군수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여론이 파다하다.

     

    또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인 김군수가 불출마 시 그를 대신해 공천을 받으려는 일부 지역정치인들의 중앙당 줄대기와 셈법도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전언들이 많다.

     

    이들에게 김영만군수의 군정에 대한 공과와 특히 지난 4년동안 통합신공항 유치에 온몸을 불사른 그의 투혼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 듯하다.

     

    무엇보다 군위군민들이 학수고대했던 군위군의 대구시편입에 대해 불과 얼마 전 까지만해도 김군수에 대해 박수를 보냈던 그들에게 이제 김군수는 잊혀진 존재로 변모하고 있는듯하다.

     

    김군수의 부재로 부군수 대행체제로 군위군정이 돌아가고 있으나 여전히 김군수는 현직 군수임에 틀림이 없다.

     

    비록 영어(囹圄)의 몸이 돼 외부활동은 할 수 없지만 공무원들로부터 정기적인 업무보고를 받는 등 주요한 업무수행은 연속되고 있다는 게 군위군 관계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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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위군민신문이 입수한 「군위군 현안조기 해결요망 청원서」내용

     

    그런데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군위군 일부 인사들이 「군위군 현안조기 해결요망 청원서」라는 것을 작성중이라는 소식이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지난 18일 김군수의 구속으로 군위군의 현안사업이 구심점을 잃을 염려가 클 것 같아 신속한 재판진행으로 내년 4월7일 보궐선거가 실시될 수 있도록 청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시말해 이들은 현재 항소진행중인 김군수의 재판을 속행해 빨리 최종 구속을 결정하라고 종용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보궐선거를 재촉할 수가 있을까.

     

    김군수가 1차 공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2심 재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설령 1심과 큰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과 재판일정을 준수해 법리대로 진행돼야 옳은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군위군민들이 아직 법적으로 군수직에 있는 김군수에 대해 그들만의 잣대로 공격하는 행태에 많은 일반군민들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그동안 통합신공항 유치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김군수가 흘렸던 땀방울은 이들에 의해 여지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추운 겨울, 정치인으로서는 죽음이나 다를 바 없는 법정구속으로 영어(囹圄)의 몸이 된 김군수를 향한 이들의 청원이 과거 조선시대 부관참시(剖棺斬屍)와 다를 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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